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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환율이 하락하면, 기업실적이 악화된다?

(※ 키움증권 홍춘욱 님의 글을 공유한다. 링크만 공유하려다가 내용이 좋아 본문 그대로 공유한다. 블로그 글 원문 주소는 http://blog.naver.com/hong8706/221138661312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기업실적이 악화된다?

최근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하 '달러/원 환율')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추석 연휴 직전이었던 9월 28일 달러/원 환율은 1,149.1원으로 마감했지만, 11월 7일 1,111.9원을 기록해 불과 한달 반 만에 환율이 40원 가까이 하락했다.

환율이 급락하자 한국 수출 경쟁력의 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들린다. 예를 들어 연 1억 달러를 수출하는 기업 입장에서, 환율이 1,150원이었을 때에는 1,150억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지만 환율이 1,110원으로 떨어지면 매출이 1,110억으로 줄어들 것이다. 반면 해외에서 수입되는 경쟁제품의 가격은 환율 하락으로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지니, 환율 하락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왜 한국 주식시장은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지속할까?

기업실적의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은 ‘버블’이라고 간주하기에는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너무 좋다. 예를 들어 한국을 대표하는 200종목으로 구성된 KOSPI200 영업이익은 2015년 109.7조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6년에는 무려 131.8조원, 그리고 올해에는 209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덕에 KOSPI200지수의 주가수익배율(이하 ‘PER’)은 9.4배에 그치고 있다.

여기서 PER이란 주당순이익과 주가의 비율로, 예를 들어 주당 1천원의 순이익을 내는 기업의 주가가 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이 회사의 PER은 10배로 볼 수 있다. 만일 2001년 이후 이 회사의 평균 PER이 20배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PER이 10배에 그친다면, 이 회사는 역사적인 수준에 비해 저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2001년 이후 2016년까지의 KOSPI200 평균 PER은 14.4배이기에, 현재 한국 주식시장은 꽤 저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과거의 PER은 실제 발표된 이익 기준인 반면, 올해 PER은 아직 4분기 실적이 발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추정치’이기에 약간의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분기 실적이 아주 크게 망가지지만 않는다면, 한국 주식시장은 매우 저평가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환율이 하락하는 중인데 왜 기업실적이 개선되는가? 혹시 수출기업들의 이익이 악화된 것을 내수기업이 메운 것은 아닐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KOSPI200 종목 중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주요 수출 기업의 영업이익을 조사해 보았다. 예를 들어, 최근 10년 사이에 환율이 가장 크게 떨어졌던 2010년 한국 수출기업의 영업이익은 37조원을 기록해 2009년에 비해 62%나 늘어났으며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에 이르렀다.

반면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섰던 2015년에는 직전 연도에 비해 5.4% 줄어든 59조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고,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8%로 줄어들었다. 특히 환율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올해 수출기업의 영업이익은 143조원, 그리고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2%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환율의 하락 국면에 수출기업의 이익이 크게 개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왜 환율이 하락할 때 수출기업 실적이 개선되는가?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환율의 하락 원인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한국의 환율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 방향이다. 예를 들어 환율이 18.7% 급등했던 2008년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무려 33조원에 달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반면 환율이 9.4% 하락했던 2010년 외국인은 19조원의 주식 순매수를 기록했다. 즉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입하면 환율이 떨어지고, 반대로 주식을 매도할 때 환율이 상승한다.

이는 외환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감안할 때, 금방 이해된다. 수입업체의 달러 매수세와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팽팽히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가정할 때, 갑작스럽게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매수를 위해 달러 매도 주문을 넣으면 순식간에 외환시장의 균형이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은행 등 관계 당국이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여러 모로 노력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매의 방향성 자체를 바꿀 수 없는 만큼 결국 환율의 추세는 외국인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 외국인 투자자들은 어떨 때 한국 주식을 매입할까?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매우 쉽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011년처럼 한국 기업의 이익, 특히 수출기업의 실적이 부진할 때 대규모 매도(-10.3조원)로 대응하며, 반대로 2017년처럼 수출기업 이익이 크게 증가할 때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외국인은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수출기업의 실적에 매우 민감하다. 수출기업 실적이 좋을 때 주식을 매수하기에 환율이 떨어지는 반면, 기업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될 때에는 주식을 매도하며 이 결과 환율이 상승한다.

물론 예외 없는 법칙은 없는 법. 2014년처럼 이익이 줄어드는 시기에 순매수를 기록하는 경우도 간혹 발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 접어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가 수출기업의 이익전망에 점점 민감해지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최근의 환율 하락을 ‘기업 실적 악화’의 신호로 해석하기 보다, 오히려 수출기업 더 나아가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확산된 결과로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외환관리 당국 입장에서 단기간 급격한 환율의 변동은 주시의 대상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올해 연 평균 환율은 1,138원으로 작년 평균 환율에 비해 불과 2%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예민하게 대응할 이유가 없다.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무역적자를 이유로 달러약세를 적극 유도하고 상황에서, 이 정도의 환율 하락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오히려 소탐대실의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환율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수출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기업들의 환율 변동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리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놓으면, 설령 수출 환경이 악화되더라도 과거처럼 기업 실적이 급격히 추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이 빠진 다음에야 누가 수영복 없이 수영했는지 알 수 있다”는 워런 버핏의 말처럼, 불황이 찾아올 때 기업과 나라의 진정한 실력이 드러나는 법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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