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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한국 경제가 '절대위기'에 빠졌다는 경고는 어떻게 봐야 하나

언제부턴가 많은 언론에는 하루가 멀다고 한국 경제의 위기를 경고하는 문구가 등장한다. 제목은 물론 본문에도 이런저런 위기를 경고하는 문구가 가득하다. 언론이 다가오는 국가적 위기를 일찍 감지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경고함으로써 위기 요인을 제거해 위기를 피하게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기능이다. 설령 위기를 피하지 못하더라도 위기가 발생한 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다시는 그런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한다면 더없이 다행스러운 일이겠다.

그런데 위기 경고가 허구일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언론은 진정으로 다가오는 위기를 감지하고 경고했을 뿐인데 이런저런 상황 변화로 위기에 빠지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라면 그 또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에도 위기 요인을 지적함으로써 경제주체들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으므로 이 또한 높은 가치가 있다.

문제는 위기가 다가온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박약함에도 그저 습관적으로, 아니면 정치적 목적을 가진 어떤 연구소나 논평가 혹은 정치인의 주장에 따라 위기 경고를 남발하는 경우다. 이런 기사가 적당한 빈도로 나온다면 물론 순기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고 위기론을 편다든지 근거도 내세우지 못하면서 위기를 운운한다든지 하면 이는 언론 스스로 거짓말쟁이 양치기로 전락하는 셈이 된다. 이런 언론이 말하는 위기 경고를 누가 귀담아듣겠는가? 위기 경고뿐 아니라 다른 기사는 믿을 수 있는가? 진짜 위기가 다가올 때 누구의 경고를 들어야 하는 걸까?

급하게 정리해 본 다음 두 통계를 보아도 한국 경제의 '절대위기' 운운은 분명 지나친 표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원화 기준 명목 1인당 GNI 증가율에서 GDP디플레이터 증가율을 차감한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 한국의 최근 실질 1인당 GNI 증가율은 나름대로 견조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3%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 경제의 규모와 발전 단계를 감안할 때 그것이 큰 문제가 된다고 단언할 근거는 없다.)
(IMF가 발표하는 PPP 기준 1인당 GDP 액수를 증가율로 나타낸 것이다. 한국은 IMF가 분류하는 선진국 39개국에 속한다. 이 그래프에서 보듯 한국은 39개국 평균보다 줄곧 높은 1인당 GDP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지표는 언제나 그렇듯 높으냐 낮으냐 자체의 문제보다는 세계 추세 등 주변 여건을 감안해 분석해야 한다.)
아래 글은 이 문제를 생각하게 해 준 고려대학교 신관호 교수의 글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소개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가 채 되지 않는다. 과거엔 경제성장률이 10%가 넘은 적도 있었고 5%로 성장하던 때를 잃어버린 기간이라 부른 적도 있었다. 우리의 잠재 성장률이 4% 정도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던 시절이 엊그제였다. 지금은 3% 성장률만이라도 넘어서면 좋겠다고 생각할 지경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는 견해가 있다. 실제로 많은 국가가 높은 경제성장률로 발전하다가 중진국 수준에서 성장률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경험을 하였다. 아예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중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해 영영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나라들이 많다. 이를 가리켜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고 한다. 남아공이나 브라질 등이 중진국 함정에 빠진 대표적인 국가이다. 
한국도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것일까? 더 나아가 최근 일각에서 제기하듯이 한국은 저성장의 '절대 위기'에 빠진 것일까? 이런 우려는 지나치다. 우리는 오래전에 구매력 기준 일 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에 이르렀으며 이는 거의 일본 수준에 가깝다. 또한 구매력 기준 우리의 일 인당 국민소득은 대부분 선진국으로 이루어진 유럽연합 국가들의 평균에 가깝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들도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실 한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은 몇 안 되는 예외적인 국가에 속한다. 본래 선진국은 대체로 경제성장률이 낮으며 한국의 성장률이 낮아진 것도 일정 부분은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지난 100여년간 미국의 일 인당 국민소득은 연평균 1.8%로 성장했다. 우리 인구증가율은 거의 0에 가까우므로 우리가 연 2%로 성장한다고 해도 우리의 일 인당 국민소득은 미국보다 빨리 성장하는 셈이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우리의 일 인당 국민소득은 구매력기준 미국의 3분의 2 남짓이다.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우리는 미국 수준에 영영 이를 수 없다. 미국이 계속 1.8%로 성장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3%로 성장한다면 35년 후에야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 4%로 성장한다면 20년이 걸린다. 
즉 적어도 20~30년 동안은 연간 3~4%의 성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진짜 위험이 있다. 왜 그런가? 
필자는 최근 중진국 함정에 빠진 국가들이 저성장을 겪는 이유를 분석한 바 있다. 한국경제는 문제 요소들 중 일부는 극복했지만 아직 남아있거나 이제야 본격화하는 문제들에 봉착해 있다. 
먼저 기술혁신의 문제이다. 경제학에서 총요소생산성이라 불리는 생산성 증가율이 더뎌지는 것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거나 선진국 진입초기에서 성장이 둔화되는 핵심 이유이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더 이상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의 양적성장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 결국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으며, 그 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기술혁신이 지속적이기 위해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보호막을 걷어내고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보호막이 생기면 기업들은 기술혁신으로 보상을 받기보다는 보호막을 유지하거나 강화하여 이윤을 확보하고자 한다. 소위 말하는 ‘지대추구’이다. 보호막은 여러 방법으로 생기는데 한국에선 규제와 재벌의 존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여러 형태의 규제는 기업의 자유로운 진입을 방해하며, 재벌들은 일감 몰아주기로 다른 기업들과의 공정경쟁을 방해한다. 특히 앞으로 성장이 더욱 필요한 서비스 산업 전반에 이런 문제가 심각하다. 
둘째 고령화의 문제이다. 한국에선 다른 선진국보다 고령화가 늦게 시작되었지만 속도는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고령화는 생산가능 인구를 줄일 뿐 아니라 고령층 인구를 늘려 정부재정 등 경제의 부담을 늘린다. 뿐만 아니라 고령화는 경제의 활력을 낮추고 기술혁신도 방해한다. 경제의 혁신은 신생기업에 의해 이루어지기 쉬운데 신생기업은 주로 젊은층에 의해 창업되기 때문이다. 고령화는 젊은층을 줄여 신생기업의 출현을 막고 기술혁신을 늦춰 경제의 활력을 잃게 하는 것이다. 
한국이 처한 위의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는 영영 상위 선진국으로 발전해 갈 수 없을 것이다. 곧 결정될 새로운 정부는 위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출처: 중앙일보] 어떻게 저성장을 극복할 것인가? (http://news.joins.com/article/2137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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